설경과 그리고 ... 진주지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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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순례 2
설경(雪景)
그리고
진주지원 가는 길
2018년 2월 7일 덕유산과 진주지원
진주로 향하는 길에 날이 어두워져 덕유산 무주구천동 골짜기에서 밤을 맞았습니다.
연등축제의 밤을 생각나게 하는 덕유산 골짜기의 야경입니다.
날이 밝자 햇살이 눈부신 산봉우리가 어서 와서 덕유산의 정기를 듬뿍 담아 진주지원으로 가져가라고 손짓합니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니 덕유산의 겨울이 하얗게 다가옵니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멀리 상제루가 보입니다.
산 정상에는 넓은 눈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설경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상제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봉우리 아래의 산들도 하얀 속옷을 입었네요.
눈 위에 고고히 선 나목들 뒤로 하늘이 청명하게 푸르릅니다.
나목과 활엽수의 갈색잎과 푸른 잎의 침엽수가 하늘 푸른 설경에 어우러집니다.
이제 상제루를 뒤로 하고 향적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길에는 나뭇가지에 얹힌 눈이 정취를 더합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눈 요정이 나뭇가지 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 안보이시는 분들은 깊은 반성을...
어미 나무를 감싸는 눈의 아기들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1614M의 산을 오른 이들의 염원을 담은 돌무더기 옆으로...
굳게 입을 다문 바위가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이제 향적봉에서 중봉을 향해 산행을 계속합니다.
눈밭을 걸어가는 구름 나그네
가파른 길을 내려가다가 마주치는...
하얀 눈밭의 마른 잎새과...
멀리 보이는 작은 지붕...
지붕에 앉은 눈꽃 모자와 겨울 가지들...
눈이불을 헤쳐 나온 대지의 작은 손...
눈요정이 빚은 눈의 조각품...
하늘 푸른 설경과 작은 나무들...
가지를 먹는 하얀 밍크...
청천백설 만건곤
눈길 계곡...
향적봉 능선길에서 중봉에 이르는 길에는 이 명산의 손꼽는 명물인 주목(朱木)이 객을 맞아 줍니다.
踏雪野中去
눈덮힌 들판을 걸어갈 적엔
不須胡亂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를 말라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남기는 이 발걸음이
遂作後人程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되리.
눈 공룡
겨울 잎새
설(雪)가지
설(雪)누에
배 부른 설(雪)누에
가지 위의 설(雪) 둥지
가지 위의 설(雪) 둥지 2
겨울 낙엽 너머로...
가지의 춤
눈 캔버스의 예술혼
얼어붙은 눈 파도
햇살 설경 1
햇살 설경 2
햇살 설경 3
햇살 설경 4
산 정상에는 이미 나목이 된 주목이 세월의 연륜을 말합니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이렇게 세월의 무상을 말해주는 앙상한 나목으로 다시 천년을 사는 주목입니다.
어느덧 중봉의 정상이 보입니다.
중봉의 정상에서는 신기루처럼 히말라야 같은 풍경도 나타납니다.
히말라야 산길 같은 하이 앵글입니다.
눈 밭 아래 저 너머로 보이는 아스라한 속세의 홍연
돌아오는 길의 가파른 경사길
"헉... 헉..."
곤돌라를 타고 다시 속세로 내려옵니다.
진주지원이 가까워지는 남강의 줄기에서...
한 떼의 물새들이 덕유산의 정기를 잘 가져가느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그래, 덕분에 잘 담아서 가져간다."
진주지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붉은 열매가 객을 반깁니다.
도량 앞 문수보현의 두 보살님들 옆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작은 불사의 현장이 있습니다.
이 장소는 1995년 진주지원 이운법회와 1996년 영탑공원 준공법회 때에 대행선사께서 머무르셨던 곳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이루어진 불사는 지금은 청년, 학생, 어린이회가 법회를 갖는 젊은 진주지원 속의...
작은 석굴암의 장엄입니다.
장엄 파노라마 1
장엄 파노라마 2
장엄 파노라마 3
장엄 파노라마 4
장엄 파노라마 5
장엄 파노라마 6
장엄 파노라마 7
협시보살들께서 귀여운 동남동녀의 모습으로 나투셨군요.
"덕유산의 정기 가져 오셨나요? 얼른 주세요."
"천상의 음악을 들려주는 천녀도 잊지 마세요!"
작은 석굴암이 담긴 법당 건물을 나오니...
오후의 햇살로 맞아주는 108계단입니다.
"덕유산의 정기 후딱 갖고 온나!"
"나도 좀 줘유."
108 번뇌를 내려놓고 만나야 하는 법당입니다.
잠시 푸른 대를 바라보다가...
"얼음 속에 두꺼비 보셨소?"
진주지원 특유의 종무소를 지나...
쉼터 같은 공간에 들어서니...
법어 담긴 찻잔도 객을 반겨주고...
등을 밝힌 도자기도 객을 반겨주고...
법당 계단 쪽으로 다가가니...
반가사유상과 승단 사진도 보입니다.
한마음의 빛과 연꽃을 바라보면서...
작은 휴식 공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법당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법당 문을 들어섭니다.
본존불과 목탱화
닷집과 본존불
닷집의 위용
홍진 세상을 내려보시는 본존불
닷집 아래 본존불 뒤로 보이는 목탱화는 매우 낯이 익은 상호들입니다.
오래전 안양의 3층 법당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억이 담겨있는 목탱화입니다.
왼쪽 목탱화는 인간의 삶과 윤회 과정이 표현된 일반적 탱화와는 달리 수행하고 성불하는 만행 과정이 새겨져 있습니다.
오른쪽은 지옥도와 지옥중생을 구하는 지장보살 등 불보살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탱화 속의 지옥 중생들은 웬지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편하고 한편으로는 즐거운 듯도 보입니다.
그렇군요. 이들은 중생들을 위해 다만 지옥의 모습을 보일 뿐 이미 불보살님들께 인도된 이들이군요.
옛 안양 법당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감회에 젖게 되는 추억의 목탱화입니다.
"추억에만 젖지말고 주변을 둘러 보시게."
주변을 둘러 봅니다.
"우리도 사진 좀 찍어 달라니까요!"
"아, 그렇구나. 미안 미안."
"나, 삐질뻔 했어."
천녀들도 안찍어 줄까봐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찍어 줍니다.
덕유산에서 담아온 정기와 함께 마음 착한 사람들에게만 들리는 징을 "꽈앙" 울리고 법당을 나옵니다.
"다음에 또 들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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